“공황상태” 응답 26%로 늘어
“대공황때와 다르다” 지적도
“대공황때와 다르다” 지적도
뉴욕 월가의 금융 위기가 미국 경제에 ‘금융 공황’이라는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929년 대공황과 비견되는 상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프린스턴대 우드로 윌슨 스쿨의 해럴드 제임스 교수는 17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대공황 당시엔 취약한 소기업부터 차례로 쓰러졌지만, 현재 위기는 정반대로 금융 시스템의 심장부에서 발생해 후방 안전장치 구실을 해온 신용보증과 보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지금의 사태와 대비되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초거대 금융기업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는 현상에 우려를 표시했다.
투자전문펀드인 매틀린패터슨의 마크 패터슨 회장은 16일 <로이터> 통신에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질 확률이 최소 20~25%나 된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며 “앞으로 300~500개 미국 은행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기업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늘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일반인들의 불안심리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의 15~16일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3%가 “미국 경제는 공황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 2월 조사(12%) 때보다 갑절이나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대공황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마크 거틀러 뉴욕대 교수는 18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지금 사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은 대공황 당시에는 없었던 여러 정책 수단들이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램버트 영국산업연맹 총재도 1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환위기, 롱텀캐피털 파산, 닷컴 거품의 붕괴도 장기적인 영향은 미미했다”며 “자본주의는 엄청난 복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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