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고릴라 ‘풀드’ 무너지고…리먼브러더스 자산매각 시기놓쳐
M&A 귀재 ‘루이스’ 떠올라 …“위기를 기회로” 인수합병 이끌어
M&A 귀재 ‘루이스’ 떠올라 …“위기를 기회로” 인수합병 이끌어
미국 금융계의 일대 지각변동 속에서 관련 최고경영자(CEO)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너진 ‘고릴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다음 날인 1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리먼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풀드(62)의 과신이 붕괴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1969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해 47살의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에 오른 그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직후, 리먼브러더스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뚝심’ 경영을 통해 극적으로 회사를 살려내 “미국 월가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고릴라’란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만큼의 그의 ‘뚝심’이 발목을 잡았다. 매분기 손실규모가 커지는 와중에서 우량 자산의 매각과 부실부문의 분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그가 장부가격 아래로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계속 주저해 사태를 그르쳤다는 분석이다.
■“공포를 기회로” 바꾼 귀재 메릴린치 인수 협상을 이끈 케네스 루이스(61) 뱅크오브아메리카 회장을 놓고, <시엔엔>(CNN) 방송은 15일 “모두가 공포를 느낄 때 기회를 찾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서 지난 1월, 모기지 부실로 고전하던 미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인수할 때도 “컨트리와이드의 모기지 관련 자산을 인수해 모기지 사업을 이끄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번 ‘위기’ 보다는 ‘기회’를 본 것이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1천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자본 규모 2조7800억달러의 초대형 종합 금융그룹으로 재탄생시켰다.
■‘구원투수’들의 퇴장 지난해 11월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메릴린치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존 세인(53) 회장은, 48시간 만에 94년 역사의 메릴린치를 내줬다. 하지만 그는 향후 회사를 떠나거나 더 낮은 직책을 맡게 될 경우 모두 4700만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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