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추이
서부텍사스산도 100달러 밑 진입 ‘초읽기’
국제유가가 세계 각국의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투기자금 이탈 등으로 뚜렷한 약세기조로 돌아서, 경상수지와 물가 등 국내 거시지표 관리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지표 구실을 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선 붕괴의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고,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유종인 중동산 두바이유는 사흘째 내려 배럴당 95달러대에 진입했다. 이는 정부가 올 하반기 경상수지와 물가 관리 목표를 세울 때 추정한 두바이유 평균가격 배럴당 110달러선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는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9월 전망보고서’에서 세계 석유수요가 전월보다 하루 10만 배럴 줄어들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런 전망으로 1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에 견줘 배럴당 1.71달러 떨어진 100.8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4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전날보다 배럴당 2.3달러 내린 95.62달러를 기록해, 7월 초 최고치(141달러)에 견줘 32%나 내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가위를 앞두고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추석 물가도 비교적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질서가 잡혀가고 있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WTI 기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고유가 및 경제성장둔화로 내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수요가 하루 50만 배럴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인트존스대학의 앤토니 새비노 교수는 “일단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선 밑으로 내려가고 나면 배럴당 80달러선까지 매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아직 저점을 찍었다고 보지 않으며 9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석유수요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투기자금에 영향을 줘 거품이 계속 빠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