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석유소비 증감률 추이
소비감소 뚜렷 낙관 늘어
지난 5월 초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거대 투자회사들은 한두달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의 전망이 무색하게 국제유가는 최근 한달 사이 20% 가량 떨어져 석달여 만에 배럴당 11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고유가 전망이 득세하던 시장에 이젠 조심스럽지만 하향 안정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훨씬 높다. 수급 불균형,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투기자본 유입, 산유국 정정불안과 같은 유가 상승 요인들이 점차 완화되거나 제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24달러 내려 119.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2일 배럴당 116.32달러를 기록한 뒤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달 11일 기록했던 사상최고가 147.27달러에 견주면 19.1% 떨어졌다. 두바이유 현물 역시 이날 하루에만 5.19달러 급락한 117.3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소비 감소다. 고유가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여 경기침체가 나타나고, 이는 다시 석유제품 전반의 소비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소비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올 상반기에만 하루평균 소비량이 45만배럴 줄었다. 이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발표한 증산물량(50만배럴)에 맞먹는 규모다. 유럽 각국에서도 수요 감소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가 주춤하면서 석유시장으로 몰렸던 투기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올 초 1유로에 1.4725달러였던 유로-달러 환율이 지난 4월 22일 1.5987달러까지 치솟은 뒤, 계속 미끄럼을 타더니 5일 현재 1.5494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로이터>는 60여개 기관의 앞으로 6개월 뒤 환율 평균전망치가 1유로당 1.508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런 요인들로 국제유가가 지난 5~6월에 보였던 패닉상태에선 분명히 벗어났지만, 추가적인 큰 폭 하락을 기대하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하반기 평균가격은 배럴당 110~120달러선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장기 유가 전망은 이보다 낙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기 국제유가를 배럴당 70~100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 국내 유가 전문가들도 3~5년 뒤 유가는 80~90달러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