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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국제유가 급락…“낙관은 일러”

등록 2008-07-18 19:29수정 2008-07-18 22:57

국제유가 변동추이
국제유가 변동추이
WTI, 3일새 16달러 하락
소비감소론 〉 공급차질론
배럴당 150달러 선을 위협하던 국제유가가 사흘 만에 10% 이상 폭락해 한달여 만에 12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본격적인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오름세가 꺾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관련기사 24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7일(미국 현지시각)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5.31달러 떨어진 129.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사흘 동안 15.89달러가 하락했고, 이는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이날 배럴당 2.97달러 하락한 131.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선물 시황이 하루 늦게 반영되는 현물시장 특성상 두바이유도 18일에는 120달러 중반대로 내려앉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근 유가 하락은 ‘소비감소론’이 ‘공급차질론’을 압도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5월 공급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며 유가 급등을 이끈 것과 달리, 최근에는 세계 석유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유가가 내려가고 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석실장은 “최근 나오는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올 상반기 하루 평균 석유소비량이 66만배럴 감소했다”며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석유소비량이 99만배럴 늘어나던 것에 비교하면 대단히 큰 폭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인도 역시 석유수요가 증가는 하고 있지만, 1분기에 비해 2분기 석유 소비 증가 폭은 크게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5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미국의 경기침체와 인플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석유 소비가 줄어들 수 있음을 내비친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투기자본의 이탈 조짐은 국제유가 하락 전망에 한층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두 주 동안 기름값이 올랐음에도 투기 매수 포지션 규모가 10% 이상 빠졌다”며 “투기자본들이 원유 선물시장에서 차액 실현을 점차 어렵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석유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커 쉽게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세계 석유시장이 공급 초과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수급상황이 빡빡해 여름철을 앞두고 대규모 허리케인이 발생하거나, 이란 핵문제 등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커질 경우 재반등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최근 유가 하락이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주겠지만, 본격적인 하락세로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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