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산업 국유화 과정
미 정유사-베네수엘라 ‘석유전쟁’ 2라운드
미·영법원 잇단 국외자산 동결령
베네수엘라 석유 국유화에 제동 미국의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이 베네수엘라의 국외 자산 120억달러를 동결시키는 법원 명령을 받아내면서, 석유 자원 국유화에 제동을 걸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를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적 개혁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의 시도로 보고,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엑손모빌이 7일 영국·네덜란드·네덜란드령 안틸레스 등지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자산 120억달러 상당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을 영국법원 등으로부터 받아냈다고 8일 보도했다. 엑손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사의 유전 지분을 강제 인수한 데 따른 보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엑손은 앞서 지난해 12월, 뉴욕 남부 지구법원으로부터 국영석유회사의 자산 3억달러를 동결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엑손의 조처를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테러”로 규정하고, 뉴욕과 런던 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과 베네수엘라 정부의 힘겨루기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기간 산업 국유화 정책의 하나로, ‘오리노코 유전지대’ 개발 계획에 투자해온 석유 메이저의 지분 60%를 강제 인수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의 정유회사 셰브론과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은 베네수엘라의 요구에 합의해 개발에 참여했지만, 엑손과 코노코필립스 등은 이에 반발해 철수했다. 이후 엑손과 베네수엘라는 지분 인수에 따른 보상금 문제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를 통해 중재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엑손이 올해 말로 예정된 중재 재판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법적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승소를 계기로 엑손이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나 에콰도르 등 자원을 국유화하고 있는 나라들과 장기간의 법적 투쟁을 수행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포모나대의 미겔 팅커 살라스 박사(자원정치)는 11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한 인터뷰에서 “엑손의 조치는 비단 베네수엘라 뿐만 아니라 중남미 등 세계 여러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 경향을 막기 위한 시도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다른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엑손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들이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늘려가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사법 테러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10일, 정례 방송 프로그램인 <알로, 프레시덴테>(안녕, 대통령)에 출연해 “베네수엘라 해외자산을 동결해 우리에게 해를 입힌다면 우리도 당신들에게 손해를 주겠다”면서 그 방법으로 “미국에 석유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엑손이 다시는 불법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착취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베네수엘라 석유 국유화에 제동 미국의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이 베네수엘라의 국외 자산 120억달러를 동결시키는 법원 명령을 받아내면서, 석유 자원 국유화에 제동을 걸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를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적 개혁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의 시도로 보고,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엑손모빌이 7일 영국·네덜란드·네덜란드령 안틸레스 등지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자산 120억달러 상당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을 영국법원 등으로부터 받아냈다고 8일 보도했다. 엑손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사의 유전 지분을 강제 인수한 데 따른 보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엑손은 앞서 지난해 12월, 뉴욕 남부 지구법원으로부터 국영석유회사의 자산 3억달러를 동결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엑손의 조처를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테러”로 규정하고, 뉴욕과 런던 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