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로 약세 심화…6개월간 10% 가치하락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동요 등으로 ‘달러의 추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대폭적 금리인하가 가뜩이나 흔들리는 달러의 위상에 또다른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포럼 토론회에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신용을 무한정 확대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다른 나라들이 갈수록 달러 자산을 쌓아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말 나스 인도 무역장관은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보게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의 무하마드 알자세르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달러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져 우리의 수출입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통화 재평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달러 가치가 30% 가량 더 떨어지는 때를 재검토 시점으로 제시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달러가 석유결제대금으로 통용되는 데 크게 힘입고 있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달러화 정책을 재고할 경우 큰 충격이 예상된다.
달러는 지난 6개월 동안 엔과 유로 등 주요 국제통화들에 비해 1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달러가 국제 외환지불준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최저 수준인 63.8%까지 떨어졌다. 반면, 유로의 비중은 25.5%에서 26.4%로 상승했다.
박중언 기자, 연합뉴스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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