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산 가죽케이스에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금 장식을 한 노키아 ‘베르투’. (출처 : www.vertu.com)
중·러·인도 졸부들 덕 미술시장 호황…고가 휴대폰에도 펑펑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 부자들의 여윳돈이 예술품을 비롯한 ‘명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의 ‘큰 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미술 경매시장은 열릴 때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들의 시장 참여로 소더비 등 유명 경매상은 지난해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도, 유독 미술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까닭은 달러 약세에 기반한 것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 중국, 인도, 중동 등의 신흥 부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미술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지난 5년간 미술시장 성장에 큰 원동력이 돼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 신흥 부자들은 앤디 워홀이나 마크 로스코, 장 미셸 바스키아, 데미안 허스트 등 현대미술 작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술 투자 자금 대출 전문회사 아트캐피탈그룹의 이안 펙 회장은 “서구 예술작품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 등의 신흥 부자들의 끊임없는 열망에 힘입어 지난해 일부 작품은 가격이 2~3배나 상승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지난 5월, 워홀의 작품은 7100만달러(약 666억원)에 거래되면서 그 달 미술시장 판매액을 3억8500만달러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신흥 부자들을 고가 휴대폰 구입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러시아의 신흥 부자들이 새로운 신분 상징의 수단으로 고가 휴대폰 구매에 나서면서 노키아의 명품 휴대폰 ‘베르투’가 한 해 동안 20만대나 판매됐다고 <비즈니스위크>가 21일자에서 보도했다. 이탈리아산 가죽 케이스에,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금 장식을 한 이 휴대폰의 가격은 최소 6500달러에서 7만2500만달러에 이른다.
알베르토 토레스 베르투 사장은 “러시아와 중국, 중동 등의 판매 향상에 힘입어 지난해 140%의 판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20%의 성장률을 달성했다”며 “앞으로 몇 년간 명품 휴대폰 시장에서 수십억달러를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시장의 명품 휴대폰 판매량이 이미 서유럽을 능가했으며, 중동 시장은 2010년까지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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