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포드 나노 분해도
전자제품 분해 ‘테어다운”
호기심에 원가분석, 기술개발까지
호기심에 원가분석, 기술개발까지
노트북, 휴대전화, 카메라, 엠피3, 게임기 등 전자제품을 구입하자마자 드라이버를 들이댄다. 숨어 있는 작은 나사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몸체를 뜯어낸다. 복잡한 회로 속에서 각종 부품의 상표를 확인하고, 연결방식을 비롯한 내부구조를 확인한다. 요즘 출시되는 값비싼 전자제품들은 이런 ‘테어다운’(teardown), 즉 전문적 분해작업을 한두번쯤 겪는다.
최근 아이폰을 분석했던 ‘아이서플라이’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운영하는 ‘테크온’ ‘포텔리전트’ 등 대표적인 테어다운 사이트에는 유명 전자제품에 대한 전문 분해 분석 보고서가 게시돼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블로그와 각종 게시판을 통해 테어다운 정보를 공유한다. 테어다운의 심리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판도라의 원초적인 호기심과 다르지 않다. ‘열어보지 마시오’라고 쓰여진 본체를 기어이 열고 마는 호기심이지만 꽤나 ‘쓸모’가 있다.
우선 테어다운은 어떤 부품들이 사용됐는지, 제품 생산비용은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사용 부품을 확인하면 부품원가를 파악할 수 있다. 조립과 반대순서인 분해를 통해 생산 과정에 든 시간·비용 등까지 계산하면 대강의 생산원가 산출이 가능하다. 이를 소비자가격과 비교해 제품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은 제품 자체는 물론 부품업체에 대한 투자 정보로도 활용된다. 널리 팔리는 디지털기기에 부품이 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납품업체들은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은 수익성이 50%를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이 챙기는 이익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도시바의 디브이디(DVD) 플레이어는 부품원가의 합이 소비자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계산됐다. 때문에 판매 때마다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품 구매 과정에서 제조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의 합의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강의 가격은 예상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테어다운은 경쟁사와 관련 업체들에게 유용한 정보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정보통신 시장에서 기술·부품의 독자성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경쟁사에서도 비슷한 기술·부품을 사용해 같은 수준의 기능을 추가하거나, 더 나은 수준을 곧 내놓게 된다. 이럴 때 테어다운 보고서가 중대한 구실을 한다. 때문에 테어다운 보고서에는 새로 발견된 기술이나 부품을 꼼꼼히 기록한다. 지난해 소니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가 작동소음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대형 ‘팬’이 본체에서 발견되자, 한 테어다운 보고서는 “선풍기가 들어 있었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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