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영국 런던 시민들이 영란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5일 1년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과 달리, 여전히 높은 물가와 싸우는 영국은 지난달에 견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더 인상했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달 4.5%에서 0.5%포인트를 인상해 이달 기준금리가 5%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영국은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고 있기에 내달 계속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은행은 경고했다. 이날 9명으로 구성된 통화정책위원회(MPC)는 7대 2로 기준금리를 5%로 인상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으나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이 고조되며 예상외로 큰 폭의 인상이 이뤄졌다. 하루 전인 21일 발표된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이끄는 정책 입안자들은 내년 초에 금리가 6%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억제하지 않았다. 베일리 총재는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속적인 압력의 증거가 있다면 통화 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우리의 절대적인 우선 순위다.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영란은행의 결정은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 긴축을 잠시 중단하며 기준금리를 5~5.25%구간으로 동결한 이후 일주일만의 일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4%로 내려온 탓에 미국은 15개월간 지속해서 올려온 기준금리의 인상을 멈췄다.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영국의 대출자들은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유자들의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리시 수낵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자들을 위한 정책 요구에 직면해있지만, 지금까지는 영란은행의 정책기조를 존중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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