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톤짜리 위성을 실은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우주 공간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전송한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구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의 연구팀은 올 초 위성궤도에 쏘아올린 ‘우주태양광발전시험기’(SSPD)를 최근 가동해 고무적인 초기 결과를 얻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칼텍의 알리 하지미리는 “사람들은 이게 단순히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위 우주 공간에는 햇빛을 가릴 구름도, 먼지도 없고 밤과 낮도 없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 태양전지판을 달은 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린 뒤 24시간 내내 햇빛 에너지를 모아 지구상 어느 곳이든 필요할 때 보낸다는 구상은,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이 절실한 이때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러시아 출신 미국인 공상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오래 전인 1941년 단편 소설에서 이미 첫선을 보인 구상이며, 미국의 항공우주공학자 피터 글레이저는 1968년 저널 <사이언스>에 이에 대한 기술적 근거를 제시하는 논문을 쓴 바 있다.
이후 우주 공간에서 햇빛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보내는 구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져 적극 추진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태양전지와 위성 발사 기술 등 이에 필요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탄소배출이 없는 기술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이런 구상의 현실화를 시도하는 건 칼텍만이 아니다. 유럽우주국(ESA)은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고,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도 2028년까지 관련 기술을 실현할 시제품 위성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미군도 에너지를 멀리 떨어진 전투 지역에 무선으로 보내는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이 구상의 핵심적 도전 과제는 위성에서 모은 에너지를 어떻게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지구에 무선 송신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마이크로전자기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위성에 달린 전지판이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낸 뒤 이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상으로 쏘아 보내면, 지상 수신시설에서 이를 받아 다시 전기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자레인지에서 널리 쓰이는 마이크로파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이유는 날씨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특성 때문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에서와 달리 약하고 분산된 형태로 보내지기 때문에 사람에 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좀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해군연구실험실(NRL)의 크리스 로덴베크는 “기본 아이디어는 핸드폰 무선 충전과 같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군연구실험실은 2021년 1.6㎾의 마이크로파를 1㎞ 남짓 보내는 실험을 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해 ‘태양광발전 무선주파수 안테나 모듈’(PRAM)이란 장비를 미국 공군의 우주 비행체 X-37B에 실어 햇볕을 마이크로파로 전환하는 실험도 했다. 미국 공군의 연구실험실(AFRL)도 2025년 위성궤도에서 지구로 마이크로파를 전송해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칼텍의 우주태양광발전시험기에는 태양광을 모으는 장치와 이를 마이크로파로 전환하는 장치를 하나로 통합한 모듈 시제품이 탑재되어 있다. 이 작은 모듈 시제품은 위성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올라간 뒤 펼쳐져 가동된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게 위성에서 모은 태양에너지를 받기 위해선 지상에도 만만찮은 시설이 요구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기가와트 규모의 에너지를 받으려면 지상에 25제곱마일(64㎢)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다.
또 마이크로파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마이크로파가 안전하다는 연구는 많지만 아직 잠재적 위험에 대해 좀 더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에너지원에 견줘 가격 경쟁력이 얼마나 있을지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