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포드고리차/연합뉴스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 3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난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12일(현지시각) 공식 누리집을 통해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아무개씨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권 대표 등은 보석금으로 각각 40만유로(약 5억8천만원)를 내고 석방된다. 통신이 공개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의 성명에 따르면, 대표는 보석의 조건으로 “형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도주하지 않고, 법원의 호출에 정기적으로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11일 열린 권 대표 등의 보석 재판을 참관한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이바나 배치치 판사는 권 대표에게 보석 허가 조건으로 △주거지 제한 △법원 소환에 출석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한 권 대표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정된 아파트에서 살며 도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보석금은 누가 내느냐는 질문엔 “아내가 낸다”고 답했고, 재산 규모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대표 등은 지난 3월23일 포드고리치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타려다 붙잡혔다. 권 대표는 이날도 위조 여권 사용 혐의에 대해 “코스타리카에서 적법하게 여권을 취득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권 대표는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한 달 전 한국을 떠나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11개월 만인 3월 말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뒤 4월20일 여권·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현지 법원에 기소됐다.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9월 권 대표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 2월 테라·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와 이 회사 대표인 권씨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테라폼랩스가 무기명 증권을 제공·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 검찰은 3월 그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한·미 수사당국은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다. 권씨의 위조 여권 혐의에 대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면,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한 후속 판단이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권 대표가 이 과정에서 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저항할 것으로 보여, 범죄인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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