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3일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총리실로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타트업 천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에서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커지자 스타트업들이 대거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이후 격화된 여러 혼란이 경제적 여파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을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은 이스라엘에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쳐온 수익성이 좋은 첨단 테크 기업 경영진들은 자국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나섰다.
사이버 보안 분야 스타트업 위즈는 3억 달러(3960억원)를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이스라엘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밝혔다. 아사프 라파포트 위즈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한 이스라엘에 자금을 넣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크다. 이스라엘을 떠나는 자금뿐만 아니라 더 이상 유입되지 않을 자금에 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스라엘계 회사 위즈는 전 세계에 6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위즈는 이미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이스라엘 밖으로 이전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라파포트 경영자는 “위즈는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놀라운 스타트업 생태계 덕분에 오늘까지 성공했지만 현재 실존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기술 기업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사법개혁안이라고 내놓은 안이 지적 재산권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제이콥 프렌켈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타트업 국가’라고 불려왔다. 그간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했다”면서 지금 상황이 좋지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불만이 있을 때 발로 투표할 만큼 빠져나가는 반응이 빠르다. 그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안에 반대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의회가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권한을 갖게 되는 안을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연립 여당이 법을 통과시키면 사법부에서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 안에 따르면 총리와 집권 연정이 재판관 임명권도 갖게 돼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스라엘에선 네타냐후 총리 안 발표 이후 두달 가까이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지난 25일 약 시민 16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 등으로 진행 중인 자신의 재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안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시엔엔>은 이스라엘 최장수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 2개월도 되지 않아 모든 면에서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더욱 고조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사태, 사법개혁안 반대 대규모 시위, 26일 요르단에서 개최된 정착촌 관련 회담을 뒤엎는 외교 위기 등으로 이스라엘에서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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