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세카우커스의 한 월마트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알리는 표시가 붙어 있다. 뉴저지/AP 연합뉴스
미국 고용주들이 노동자를 붙잡기 위해 큰 폭으로 임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높아진 인건비를 가격에 전가하면 물가 오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직장에 머무른 노동자들의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5.5% 올라 25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 폭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에 회사나 직무를 바꾼 노동자의 임금은 7.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분석 기업 ‘라이트캐스트’의 레일라 오케인 수석 경제학자는 “고용주들은 이미 교육한 직원들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임금을 올리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경제가 팬데믹에서 회복되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현재 고용주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금만큼이나 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긴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7.1%를 기록했다. 지난해 나온 수치 가운데선 가장 낮았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이 올랐다고 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 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2023년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인건비를 꼽았다.
인건비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다시 생계비가 오르면서 임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컨설팅 기업 머서 엘엘시(LLC)의 로렌 메이슨은 “많은 기업의 임원들은 임금 인상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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