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관저인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현관문의 모습. 런던/AP 연합뉴스
감세를 하는가, 마는가. 리즈 트러스 총리가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뒤 외환·금융시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지며 영국의 경제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혼란이 이어지자 트러스 총리가 결국 법인세 인상을 하며 감세안의 핵심 내용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트러스 총리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금융시장의 혼란에 따라 감세 정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재무부는 현재 이와 관련한 초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두 번째 ‘정책 유턴’에 나선다면, 대상은 법인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영국 매체 <더 선>을 인용해 “총리가 내년에 법인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고,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계획했던 법인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했었다.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촉발한 논란은 3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가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상 철회 등 감세를 핵심으로 하는 ‘미니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영국 경제의 혼란이 시작됐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금리는 폭등했다. 선진국의 경제정책에는 좀처럼 말을 얹지 않는 국제통화기금(IMF)마저 “고강도 감세정책이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 대열에 가담할 정도였다.
이런 비판에도 “정책 수정은 없다”(쿼지 콰텡 재무장관)던 영국 정부는 지난 3일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하며 1차 ‘정책 유턴’을 했다. 하지만 철회 규모가 전체 예상 감세 규모의 4.5%에 불과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시장 안정에 기여하던 잉글랜드은행의 긴급 국채 매입은 14일로 끝나게 된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과 국채금리 폭등으로 패닉에 빠졌던 시장은 지난달 28일 잉글랜드은행이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됐다. 시장에선 국채 매입이 연장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으나, 앤드류 베일리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11일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계획한 대로 금요일(14일)에 종료된다”고 못 박았다.
영국 정부가 결단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디데이’는 중기 재정계획을 발표하는 이달 31일이다. 중기 재정계획 발표는 다음달 23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보수당마저 최근 경제정책 혼란에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예산책임처의 발표를 한 달 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대규모 감세안이 영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면, 이번 재정계획 발표는 대규모 감세와 지출에도 영국 정부가 국가부채 수준을 어떻게 낮추고 관리할지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재무장관은 지속가능한 재정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재정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며 “재정계획 발표 날짜가 앞당겨지면서 11월3일로 예정된 잉글랜드은행의 금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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