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레바논의 한 주택에 ‘판매 중’ 팻말이 붙어 있다. 펜실베이니아/AP 연합뉴스
미국 집값이 지난달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업체 가운데선 파산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주담대 데이터 분석회사 블랙나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집값은 전달보다 0.77% 하락했다. 3년 만의 첫 하락으로, 하락 폭은 2011년 1월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시엔비시>(CNBC)는 “하락 폭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7월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중이었던 2010년 7월 0.9% 다음으로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의 기존 주택 매매는 6개월 연속 떨어져 8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은 “우리는 주택 경기 침체기에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던 상황에서 주담대 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랙나이트의 기업·연구 전략 담당 부사장 앤디 월든은 “금리와 주택 재고, 가격 사이의 역학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수치는 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추가적인 가격 조정 조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담대 업체들도 파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블룸버그> 통신은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미국의 주담대 업체들이 파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실패의 물결이 15년 전 주택시장의 거품(버블) 붕괴 이후로 최악의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파산은 대부분 중소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대부분 주담대 시장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부 업체의 파산이 구조적인 대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주담대 업체에서 대규모 직원 해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주담대 업체 퍼스트 개런티의 애런 샘플스 최고경영자(CEO)는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대출 규모가 급격히 줄었고 더 이상 신규 대출을 찾거나 충분한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졌다”고 말했다. 직원 600명을 고용하던 이 회사는 재정 악화로 471명을 해고했다.
시장은 26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을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강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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