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2차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개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상소위원 선임 거부로 분쟁 해결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된 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가 4년 6개월 만에 최고 의사결정 회의인 각료회의를 열었다.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2차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나흘 일정(6월12~15일)으로 개막했다.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는 원래 2년에 한 번씩 열리게 되어있으나 코로나19 세계적 확산 탓에 2차례 개최가 연기됐다. 이전 회의는 지난 2017년 12월 열렸던 11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였다.
옹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위기, 코로나19 세계적 감염 확산 등을 거론하며 세계가 “다중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특히, 옹고지 사무총장은 세계 식량 위기와 관련해 식량 수출 금지 등을 제한하는 각국의 선언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2008~2009년 세계 주요 식량 생산국의 수출 제한이 식품 가격 급등을 일으킨 점을 상기하며 “회원국들은 그런 종류의 행동을 어떻게 억제하는 노력을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 개혁도 주요 안건이다. 세계무역기구 상소기구에는 미국의 상소위원 선임 보이콧으로 지난 2019년 말부터 위원이 1명도 남아 있지 않다. 세계무역기구는 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을 제소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1차 판정을 하고, 이의가 제기되면 상소기구가 최종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세계무역기구 상소기구가 월권적 사법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임기가 끝나는 상소위원을 대체할 새 위원 선임에 협조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보이콧을 계속하고 있으며, 사태를 타개할 만한 합의를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수산물 남획 방지를 위한 수산 보조금 금지와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일시 정지 문제 등 쉽게 타협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 논의된다. 옹고지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이번 각료회의 길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울퉁불퉁하고 바위가 많을 것이며 가는 길에 지뢰가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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