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의 새로운 사옥인 ‘베이뷰 캠퍼스’를 직원 한 명이 둘러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 구글의 러시아 자회사가 파산을 신청했다. 세계적 기업 중에서는 러시아에서 아예 짐을 싸 떠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18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의 러시아 자회사가 파산 통지서를 러시아 당국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러시아 당국이 은행 계좌 압류 조처를 취해 직원들의 고용과 임금 지급, 거래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기타 재정적 의무 이행 등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러시아 자회사가) 파산을 신청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3월 말 모스크바 법원으로부터 러시아 구글 자회사가 주거래 은행 계좌 동결 조처를 당한 뒤, 구글이 러시아에 있는 직원들에게 국외 이동을 권유하기 시작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후 법원 집행관이 동결된 계좌에서 돈을 다른 곳으로 이체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러시아 당국의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몇 차례 벌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구글 러시아 자회사 은행 계좌 압류 액수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직원들을 러시아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일부는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번 파산 신청 뒤 러시아 구글 자회사 직원들은 구글이 대규모 사무실을 보유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국외로 이동할 수 있다. 러시아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이들은 퇴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만간 러시아에 더이상 구글 직원은 남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 말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구글은 지난 3월부터 광고 영업 등 러시아 내 상업적 활동은 중지한 상태였다. 다만, 구글은 자회사 파산 신청으로 러시아 내 사업을 실질적으로 종료하면서도, 러시아 이용자들을 위해 검색, 유튜브, 지메일 등 무료 서비스는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조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 기업들의 관계 악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 3월22일 러시아 법원은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러시아 내 활동을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를 러시아가 전쟁에 관한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도록 미디어 업체를 규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러시아는 18일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CBC)의 모스크바 지국 폐쇄도 강행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비시> 모스크바 지국을 폐쇄하고 지국 소속 기자들의 취재 허가증과 비자를 취소한다”면서 “캐나다의 행동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말했다. 캐나다 당국이 러시아 관영 국제방송 <아르티>(RT)의 캐나다 내 방송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 조처라는 것이다.
서구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 진출 사업체 자체는 한동안 존속시켰으나, 최근 아예 철수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와 예측불가능한 사업환경” 등을 이유로 들며 러시아 내 점포들을 러시아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중단하면서도 종업원 급여는 지급하며 버텼으나, 결국 더이상 사업 전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체 정리에 나섰다. 소련 시절인 1990년 모스크바 시내에 첫 점포를 낸 이후 32년만의 철수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도 같은날 러시아 자회사의 지분을 모두 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르노는 라다 브랜드로 유명한 러시아 자동차 회사 아브토바즈 보유 지분을 포함해 러시아 사업 전체를 단돈 2루블(약 40원)에 매각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로 인해 르노는 22억 유로(2조9437억원)을 손실 처리하게 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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