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포돌스크의 외환거래소 전자게시판이 29일 환율을 고시하고 있다. 포돌스크/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통화 루블화 가치가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루블 환율은 29일(현지시각) 1달러당 68루블을 기록했다고 미국의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3월 7일 달러당 135루블까지 급등했던 것에 견줘 두 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루블의 가치가 그만큼 오른 것으로, 지난 2년 만에 최고치이다.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를 동결하는 등 강력한 경제제재를 펼치고 있는데도 루블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외국인의 주식 판매 제한, 러시아산 석유·가스 판매대금의 루블 결제 등의 조처가 효력을 발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큰 타격을 받으며 루블의 가치가 폭락하자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깜짝 인상했다. 이후 환율이 비교적 안정을 찾자 러시아는 지난달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7%로, 또 14%로 거푸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는 또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한동안 주식거래를 중단했다가 3월 일부 재개하는 조처를 했다. 주식시장을 재개장했지만 여전히 투기적 거래를 막는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제한했다.
러시아는 이 밖에도 기존에 달러와 유로로 결제하던 석유와 가스 수출대금을 루블로 바꿔 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은 “애초 계약대로 유로로 내겠다”고 거부하고 있지만,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선 루블 결제 요구에 응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 가스 수출대금을 루블 결제로 바꾸면, 수입국에서 루블 수요가 생겨 루블의 가치를 떠받치는 효과가 생겨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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