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 내부시장 담당 커미셔너 티에리 브르통이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언론을 상대로 ‘유럽 반도체칩법’을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도 반도체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연합(EU)은 8일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반도체 공급을 4배 늘리기 위한 계획을 내놓았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차량과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부품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반도체 확보를 위한 노력은 코로나19로 공급물량이 달리며 차량 등 주요 공산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전략적으로 높은 우선순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은 주로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도 반도체 생산 공장과 기업들을 역내에 유치하기 위해 본격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는 이날 ‘유럽 반도체칩법’ 도입을 제안하며 이 법을 통해 ”유럽연합이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430억 유로(58조8천억원)를 투자해 (9% 수준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두 배 남짓 늘리는 야심찬 계획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우리 노력이 네 배 더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위원회 내부시장 담당 커미셔너는 “반도체 없이는 디지털 전환도 없고 기술분야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가장 앞선 칩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적·지정학적 우선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 속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의회에 520억 달러(62조4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에 대한 승인을 요청해 놓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이번 제안이 실현되려면,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럽연합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위원회는 제안이 승인되면 기존 유럽연합의 예산에 회원국의 공공보조금 규정 완화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보태 소요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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