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2019년 10월 17일 워싱턴에서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악화돼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병목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WB)은 11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지난해 5.5% 성장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4.1%, 내년엔 3.2%로 성장이 “현저히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와 올해 성장률 전망치 모두를 지난해 6월 내놨던 보고서에서보다 0.2% 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 때문에 2020년 -4.6% 역성장한 뒤 지난해에는 기저효과와 함께 억눌렸던 수요의 폭등과 세계 각국 경기 부양책 등으로 경제 성장률이 반등했는데, 올해부터는 이런 효과가 점점 사라지리는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다른 경제교란과 추가적인 공급망 병목현상, 인플레이션 불안을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가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아이한 코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지속되고 의료 체계가 압박을 받으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4.1%보다 0.7% 포인트 더 낮은 3.4%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세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라며 “정책적 지원은 줄어들고 있고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코로나19가 가난한 나라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과 영양 공급, 보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경제개발에 항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세계적으로 3억명이 넘었으며 사망자도 580만명을 넘었다. 세계 인구의 59%가 백신을 적어도 한 차례 맞았으나 저소득 국가에선 인구의 8.9%만 한 차례 이상 접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선진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5%에서 올해 3.8%, 낸년에는 2.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도 지난해 6.3%에서 올해 4.6%, 내년 4.4%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선진국의 경우 생산과 투자가 내년까지 전염병 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겠지만, 신흥국과 개도국은 전염병 이전보다 4%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맬패스 총재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협곡이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세 이코노미스트도 개발도상국들이 세재 지원 능력이 제한되어 있고 물가상승 압박과 재정적 취약성 때문에 “경착륙”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해 5.6% 성장했지만 올해는 3.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6월 전망했을 때보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8.0% 성장에서 올해엔 5.1% 성장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화 사용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지난해 6월 예상 때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2.9%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한국의 전망치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의 성장률을 올해 5.1%, 내년 5.2%로 예상됐했고, 유럽 및 중앙아시아가 올해 3.0%, 내년 2.9%로, 남아시아는 올해 7.6%, 내년 6.0%로 예상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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