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사직 사태인 ‘대사직’ 조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뉴욕 맨해튼에서 직원을 찾는 광고판을 내붙인 상점을 행인들이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동자들이 더 나은 고용환경을 찾아 일자리를 떠나는 ‘대사직’ 조류가 지속되고 있다. 다음달 오미크론 효과가 반영된 수치가 공개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4일 지난해 11월에 자발적으로 사직한 노동자들이 452만7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의 420만명에 견줘 30만여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정부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자발적 사직을 조사한 20년 이래 최고치”라고 밝혔다. 11월의 사직률도 3%를 기록해 전달(2.8%)보다 높아졌다.
노동자들의 사직이 잇따르며 11월 말 기준으로 새 노동자를 찾는 일자리 수도 1056만2000개를 기록했다. 10월의 1100만개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직 사이트 ‘인디드’를 인용해 12월 말 기준으로 노동자를 기다리는 새로운 일자리 수는 1200만개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에 접어들며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 내 우세종이 돼 지난 3일 현재 하루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상황 등이 반영되면 이런 흐름이 더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츠러들었던 경제가 회복되며 미국 등 선진국 내 노동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떠나거나 돌아오지 않는 현상을 ‘대사직’이라 부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가 다각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은퇴 △삶의 질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구직 패턴 변화 △원격근무 확대 △더 좋은 노동 조건을 찾는 전문직들의 이동 등의 현상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각 회사가 노동자들을 붙들기 위해 더 좋은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더 나은 조건을 찾는 노동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나 늘어난 실업수당 등도 노동자들에게 기존 일자리를 떠나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이런 ‘대사직’ 조류가 지금까지 사용자 우위인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11월 기준으로 690만명이 실업 상태인데, 노동자를 찾는 일자리는 1060만개라는 현실은 이어지고 있다. 노동 가능 인구에서 고용됐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비율인 노동참여율은 11월에 61.6%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19가 번지기 직전인 2020년 1월에 노동참여율은 64.4%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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