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앙카라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 당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대통령 공보실에서 제공. 앙카라/EPA 연합뉴스
터키의 통화 리라 가치가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저금리 정책 옹호’ 발언 이후 15% 이상 떨어졌다.
리라는 23일(현지시각) 장중 한때 달러당 13.45리라로 가치가 급락했다가 막판 일부 회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리라는 올 들어 이미 42% 떨어졌으며, 지난주부터 22% 넘게 하락했다. 이번 리라의 가치 폭락은 2018년 경제위기 이후 최대치다.
리라 가치 폭락은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터키는 지난달 물가가 거의 20%에 오르는 등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5%로 1% 내린 데 이어 다음달 추가 인하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많은 나라가 최근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물가가 꿈틀거리자, 금리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거나 이미 단행한 것과 정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정책이 리라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겨 터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저녁 연설에서도 저금리 등 정부 경제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최근 경제위기를 외세의 음모로 몰며 “알라와 국민의 지지로 우리는 이 경제 독립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흐 투멘 전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는 트위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이런 비이성적 실험을 즉각 버리고 리라 가치와 국민의 번영을 보호할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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