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말반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벨라루스 냐스비주의 관련 시설에서 노동자 한 명이 밸브를 돌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유럽 내 자사 천연가스 저장소에 가스를 채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가스 부족에 시달리는 유럽에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으나, 에너지 위기를 해소할 만큼의 본격적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가스프롬은 9일 “유럽 지하 저장소 5곳에 가스를 채우기로 한 계획을 승인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공급) 양과 경로는 정해졌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프롬에 러시아 내 가스 저장고에 가스를 채운 뒤 유럽 내 가스프롬 가스 저장소에도 가스를 채워 넣으라고 지시했다. 유럽 천연가스의 35%를 공급하는 가스프롬은 독일 4곳, 오스트리아 1곳 유럽에 5곳의 가스 저장고를 갖고 있다. 현재 유럽 내 가스프롬 가스 저장소 가스 저장 양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 레흐덴의 저장고에는 남아 있는 가스는 7일 기준으로 저장 가능한 양의 9.6%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가스 수송 시스템의 최고경영자 세르기 마코곤은 “가스프롬이 추가로 하루 2000만㎥ 가스 운송을 예약했다. 이로 인해 운송량이 하루 1억1000만㎥로 늘어났다”며 “하지만 증가 분량이 필요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마코곤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1억8000만㎥가 수송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유럽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수요도 적었다”며 “지금은 수요는 많고 재고는 적고 가격은 높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발트해를 거쳐 러시아와 유럽을 직접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용 승인을 유럽에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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