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대형 다국적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하는 안을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주요국들이 지난 7월 재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했고, 이번에 정상들이 최종 승인했다. 2023년 이행을 목표로 한 최저 법인세율에 합의한 주요 20개국은 세계 총생산의 80%를 차지한다.
정상회의 참가국 재무장관들과 이를 논의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유해한 경쟁”을 끝내는 “역사적 합의”라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한 협의에서도 약 140개국이 지지를 밝힌 상태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애플이나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 초대형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옮기는 방식으로 세금을 안 내거나 절세하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런 기업들은 주요 수익원인 상표권이나 지식재산권을 조세회피처에 만든 법인에 이전하는 방식을 쓰면서 실제 본사가 있거나 주로 생산·영업을 하는 국가에서는 세금을 회피하는 수법을 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합의에 대해 “디지털 시대의 정의 실현을 위한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마티아스 코먼 오이시디 사무총장은 “세금을 피하려는 각국 기업들로부터 사업 조정에 대한 인센티브를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시디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으로 세금 회피가 줄면 세계적으로 연간 1500억달러(약 176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경제 개혁과 세수 증대를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21%로 하자로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합의된 법인세율에 만족을 표시했다. 한편 그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5%에서 21%로 낮춰놓은 미국 법인세율을 28%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의회의 반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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