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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 물가 5.4%↑…인플레 공포 속 공급병목 해소 ‘총력전’

등록 2021-10-14 11:03수정 2021-10-14 23:18

9월 소비자물가 가파른 상승…인플레 우려 확산
연준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테이퍼링 착수”
바이든은 월마트·삼성전자 등과 대책 회의
주요 항구·대형물류업체 24시간 가동 체제
13일 미국의 주요 무역항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컨테이너 수천 개가 쌓여 있다. 롱비치/EPA 연합뉴스
13일 미국의 주요 무역항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컨테이너 수천 개가 쌓여 있다. 롱비치/EPA 연합뉴스
9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공급사슬 병목 현상의 해소가 불투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공급 불안과의 ‘사투’를 지휘하고 나섰다.

미국 노동부는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5.4%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8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6·7월에 기록한 2008년 이래 최대 월별 상승률을 다시 기록한 것이다. 계절조정을 거쳤을 때 8월보다 0.4% 뛴 것이기도 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물가 상승에는 급증한 수요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방역 제한이 완화되면서 소비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2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이 11.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무역항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서배너 등에는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쌓여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먼저 도착한 컨테이너들이 운송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서 컨테이너선이 입항하지 못하고 연안에서 일주일 넘게 대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온라인 구매 등은 확대되고 있지만, 검역 강화로 운송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창고 인력과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도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수출항에서도 선원들의 격리 조처가 이어지면서 물류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칩 등 부품 부족으로 생산 차질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애플은 4분기까지 9천만대를 만들기로 한 아이폰13의 생산량을 1천만대 줄이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산업의 노동력 부족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도 물가를 자극한다. 미국 노동부는 9월 임금 상승률이 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해 7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원유 가격도 다른 상품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인플레이션에 역할을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또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풀어놓은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자료 : 미국 노동부 (단위 : %) *전년 동기 대비
자료 : 미국 노동부 (단위 : %) *전년 동기 대비
핼러윈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을 맞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우려는 더할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와 달러트리 등 유통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상선을 계약해 상품을 실어나르지만, 이런 배들은 기존 컨테이너선들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공급 차질을 크게 해소시켜주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 병목 현상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로스앤젤레스항도 인근 롱비치항에 이어 24시간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두 항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 컨테이너의 40%를 처리하는데, 로스앤젤레스항 한 곳에서만 컨테이너 약 50만개가 하역되지 못하고 있다. 8월 물동량이 로스앤젤레스항은 예년보다 30%, 롱비치항은 23% 증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월마트, 페덱스, 유피에스(UPS), 타깃, 삼성전자 미국법인, 홈디포,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로스앤젤레스항이 24시간 가동하도록 도우라고 요청했다. 월마트, 페덱스, 유피에스는 주 7일, 24시간 가동을 통해 공급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명절이 다가오면서 사고자 하는 선물이 제때 도착하지 못할까 봐 걱정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면 모든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고, 민간 부문이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의 고삐가 풀리는 듯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13일 공개된 지난달 21~22일 연준 이사회 회의록은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회의록은 “테이퍼링이 11월 중순 또는 12월 중순에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이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이 종료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현재 매달 1200억달러(약 142조8360억원)어치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연준 회의록은 테이퍼링이 개시되면 매달 재무부 채권은 100억달러, 모기지 담보증권은 50억달러씩 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은 그러나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 현재의 저금리 기조는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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