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주 러빙턴의 석유 생산시설. AP 연합뉴스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미국산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도 돌파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산 원유 값이 11일 오전(현지시각) 2% 넘게 뛰어 배럴당 81.5달러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에 견주면 120%나 상승한 것이다. 이 신문은 이날 서부텍사스유 종가가 8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셰일오일발 충격으로 유가가 수년간의 하락세로 접어들기 직전인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80달러대에서 장을 마치게 된다고 전했다. 이미 80달러를 넘어선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84.3달러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탄 유가는 최근 경제 성장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다. 에너지 공급난으로 각국에서 공장 가동률은 낮아지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기피가 낳은 투자 축소와 재고 부족에 따라 앞으로도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스를 써온 발전소들이 석유로 연료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유럽 상황의 영향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지난 5일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수요가 증가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 콘퍼런스에서 전략 비축유 방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에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에너지시장 진정을 위한 신속한 공급 확대는 하지 않겠다며 가격 상승을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발 부족 사태 심화에 석탄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발전용으로 쓰는 아시아시장의 해상 수송 석탄 가격은 지난주에 그 전주보다 12.5%나 뛰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랴오닝성은 11일에도 전기 부족 경보를 발령했는데, 2주 새 다섯 번째였다. 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다시 둔화한다면 물가는 뛰지만 경제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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