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르사나의 탄광 노동자들이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트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년 6월 13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적으로 석탄 부족이 지속하면서 석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탄부족이 적어도 이번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석탄값의 기준 노릇을 하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캐슬의 발전용 석탄은 톤당 202달러(2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보다 세 배 높은 가격이다.
석탄 부족 현상은 우선 석탄 생산이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나타난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전력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석탄의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5% 줄어들었다.
그러나 생산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석탄 생산업자들은 석탄 증산을 위해 추가 장비를 투입해 가동하는 데 여섯 달에서 일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필리핀 최대 석탄생산업체인 ‘세미라라 광업·전력 회사’(SMPC)의 회장 이시드로 콘순지는 “우리는 최대한 생산을 하고 있다”며 “석탄 가격은 지난해 네 배 뛰었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몇몇 나라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생산을 줄인 것도 최근 석탄 부족 현상을 부채질했다. 예컨대 스페인은 지난해 석탄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고 2030년까지 모든 석탄 화력 발전소를 점차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석탄 소비를 둘러싼 변화는 석탄 시장에서 유럽의 비중이 줄어들고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는 변화를 수반했다. 아시아에서도 전세계 최대 석탄수출국인 호주산 석탄의 2분의 1~3분의 1이 중국을 향했으나, 지난해 말 중국이 호주산 석탄에 대해 비공식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석탄 시장의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의 호주산 석탄의 수입이 각각 56%, 65% 늘어나며, 중국의 공백을 메꾸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호주를 대체할 석탄 수입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여덟 달 동안 러시아산 석탄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어난 2100톤을 수입했고, 미국에서 4배 늘어난 570만톤을, 콜롬비아에서 2배 늘어난 28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품질이 떨어져 국제시장에서 외면받은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에도 나섰으나, 폭우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오히려 수입량은 8.6% 줄어들었다.
세계 석탄업계는 뜻밖의 수요 증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콜롬비아의 전국 광업협회 회장 후안 미겔 두란은 코로나19 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이른바 그린 에너지 전환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석탄 수요 증가는 몇 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채탄 능력을 늘려 이익을 얻을 기회의 창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4위 석탄생산 업체인 ‘콜롬비아 천연자원’(CNR)은 지난해 코로나19와 수요 감소로 폐쇄했던 처리 시설을 지난 8월 재가동했다. 그러나 증산을 위한 대체장비 설치에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세미라라 광업·전력 회사’(SMPC) 회장 이시드로 콘순지는 “지난해 석탄값이 너무 안 좋아서 아무도 수익을 못 냈고 그래서 대체장비 추가 구매도 미뤘다”며 “이제 다시 공급을 늘리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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