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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중 부동산 거품에 국제 금융시장 흔들

등록 2021-09-21 09:28수정 2021-09-21 21:12

중 부동산 회사 헝다 파산 우려에 미 증시 5월 이후 최대 폭
헝다 3040억달러 천문학적 부채…다른 부동산 회사도 파급
부동산 등 자산가격 재조정 ‘뇌관’될 가능성 커져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의 선전 본사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의 선전 본사

전 세계 금융시장이 중국발 부동산 거품 폭발 우려로 흔들리고 있다.

20일 미국 증시는 3000억달러 넘는 천문학적 부채를 지닌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 헝다(恒大·영어명 에버그란데)의 파산 우려로 5월 이후 최대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에스앤피(S&P) 지수는 이날 오후 최대 2.9%까지 떨어졌다가 1.7%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2.19% 급락했고, 다우 지수는 1.78%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이날 낙폭은 5월12일 이후 최대치다.

홍콩 등 중국의 증시 폭락이 미국 등 국제 증시 급락을 선도했다. 이번 증시 폭락의 진원지인 헝다 주식은 10%나 폭락했고, 홍콩 증시의 항셍 부동산 지수는 7%나 떨어져 지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항셍 전체 지수 역시 3.3%가 급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 회사인 헝다는 스스로 밝힌 부채만 1조9700억위안(3040억달러)에 달해 올 봄부터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7~8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헝다의 신용평가 등급을 각각 두 단계로 낮추고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그 여파가 국제 증시로 증폭됐다. 헝다는 이번주 8천만달러의 이상에 달하는 이자 상환 만기를 맞는 등 파산의 최대 고비에 몰려 있다. 특히, 21일 2개 은행에게 빌린 돈의 이자 상환이 돌아온다. 금융정보회사 레드(REDD)는 헝다가 이자 상환을 중지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신규 주택 가격이 올해 들어서 20%나 급락하는 등 급속히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부동산 분야에 경제 성장을 크게 의존해온 탓에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어져 왔다. 지나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서민 생존을 위협하고, 빈부격차를 키우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경고를 쏟아냈다. 시 주석은 최근 중국에서 자산거품이 심해지고,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이 거대화 되자, 이를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성장’이라고 지목하며 거대 플랫폼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부동산 자금줄을 죄어왔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헝다가 이번주 만기가 도래하는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나서서 헝다를 구제할지는 불투명하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수십년 간 부동산 의존 경제를 청산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국 정부가 헝다를 위한 구제금융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헝다는 현재 20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고, 간접적으로는 3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헝다의 파산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를 넘어 금융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최대 보험회사인 핑안은 헝다와의 연관성 우려로 주가가 지난 17일 5%, 이날도 8.4% 폭락했다. 핑안은 이날 헝다의 부채나 채권에 관련된 것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의 부동산 회사 주식에 631억위안(98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홍콩의 웰시증권 이사인 루이스 체는 외신에 “헝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은행들에도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 등에선 헝다 위기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번질 우려는 적으나, 자산 가격 조정을 재촉할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월가 등 거대 금융회사들은 헝다의 채권이나 주식에 크게 투자하지 않은데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국제시장과 밀접히 연관되지 않은 상태이다. 헝다가 파산한다고 해도 중국 밖으로까지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헝다 파산이나 이로 인한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금융시장 폭락은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에 의해 거품이 낀 자산 가격들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 말부터 시작하겠다는 밝히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겹쳐지면, 부동산이나 금융 시장에서 거품이 해소되는 자산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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