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주택가에 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4월 34년 만에 최고 상승세를 보이며 과열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주택가격이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인 에스앤피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4월에 전달에 비해 연율로 13.3%가 올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29일 보도했다. 이런 상승세는 1987년 이후 최고치다. 또 이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6% 올랐다. 케이스-실러 10대 도시 지수는 지난 3월까지 1년간 12.9% 상승했으나, 4월까지 1년은 14.4% 올랐다. 20대 도시 지수는 4월까지 1년간 14.9% 올랐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조사 결과, 미국 주택의 중간가격은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나 올라, 처음으로 35만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주택가격 급등은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공급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달 동안 주택 매매가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 역시 구매자가 원하는 주택이 시장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연말쯤 주택가격 상승세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보면, 이번 주택가격 상승세는 2000년대 초반보다 더 빠르다. 다만 낮은 금리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은 아직 하락세에 취약한 상태가 아니라고 경제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대출 심사와 자격조건도 2000년대 초반보다 엄격해져 부실대출도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스-실러 지수를 고안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5월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최고 수준이라며, 금융위기 전 주택가격이 정점에 오르던 2003년과 비슷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러 교수는 5월23일 미국 <시엔비시>(CNBC)와 한 회견에서 최근의 주택 붐에 대해 “실질가격에서 주택가격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며 “100년 이상에 걸친 나의 데이터를 보면 그런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주택가격 상승은 주택 착공을 불러일으켰는데 현재 그런 패턴이 다시 일고 있다. 그는 “현재 주택가격 행보는 (주택가격 하락이 시작된 2005년의 2년 전인) 2003년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하락은 단계적으로 일어났고, 궁극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즈음에 폭락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현재 많은 상승 동력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1년을 기다린다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3년이나 5년이 지나면 주택가격은 지금보다 실질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상상할 수 있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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