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29일(현지시각) 흉기 테러가 일어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방문해 경찰관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에서 29일(현지시각) 이슬람주의 테러로 추정되는 흉기 사건이 벌어졌다. 몇 시간 뒤, 남부 아비뇽 인근 몽파베에서도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총으로 행인을 위협하던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프랑스 영사관 직원이 흉기에 찔려 다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둘러싼 프랑스와 무슬림 국가들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니스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이날 오전 9시께 한 남성이 칼을 휘둘러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목숨을 잃고 여럿이 다쳤다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여성 피해자 1명은 성당 안에서 목이 베인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은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르파리지앵>은 3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건 직후, 쇼핑가인 성당 인근 거리에는 경찰 저지선이 쳐졌고, 총을 든 경찰이 배치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사건 직후, 프랑스 대테러검찰청은 테러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이와 관련해 용의자가 경찰 체포 뒤 아랍어로 “신은 가장 위대하다”고 계속 외쳤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니스 시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난 16일 교사 사뮈엘 파티가 살해당한 것과 같은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당했다. 파티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사용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 의해 거리에서 참수당했다. 니스 시장은 “우리 영토 안에서 이슬람 파시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평화의 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29일(현지시각) 오전 한 남성이 칼을 휘둘러 3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총을 든 경찰들이 거리에 배치됐다. 니스/EPA 연합뉴스
니스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남부 아비뇽 인근 몽파베에서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총으로 행인을 위협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은 당시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서는 프랑스 영사관 경비원이 사우디 남성의 칼을 맞아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영사관에 따르면 공격을 받은 경비원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영사관은 이날 “외교 시설을 겨냥한 잔인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우디 내 자국민에게 최고 경계 상태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흉기 테러 사건은 파티 사망 이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논평을 두고 프랑스와 무슬림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났다. 프랑스는 파티에 대한 국가추도식을 열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터키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신성모독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는 프랑스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등 반프랑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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