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홍등가에 지난 23일 1.5m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달라고 적힌 하트 모양 설치물이 놓여 있다. 암스테르담/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주요 도시의 관광객이 급감한 것을 계기로, 유럽의 시 정부들이 ‘에어비앤비’로 몰렸던 주택을 주민을 위한 장기 임대로 돌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등의 인기가 불러온 주택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유럽 도시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시 정부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플랫폼을 통해 최근 단기 임대되던 빈 아파트를 5년 임대해 주택 보조금을 받는 세입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하기 시작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리스본 시당국은 이 사업에 400만유로(약 54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 아파트 소유자 1천명을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파트 소유자 2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페르난두 메디나 리스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관광 활성화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주택국도 최근 빈 부동산을 취득해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리스본시 등이 이런 정책 추진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 삼아 단기 임대 주택으로 쏠리던 부동산 임대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리스본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도시에선 고수익을 노린 집주인들이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단기 임대 시장으로 쏠렸다. 정작 주민들이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일어났다. 한 예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주거지 15곳 중 1건이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숙박 공유 플랫폼에 올라왔을 정도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관광객을 겨냥한 단기 임대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도시들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는 지난 22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운하망 인근 중심가 3곳에 위치한 주택을 관광객에게 임대하는 것을 금지했고, 프랑스 파리시는 에어비앤비 등에 임대 광고를 올리는 것을 금지할지 여부를 두고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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