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각) 제네바 기차역에 스위스와 주변 유럽연합 국가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헌법 개정안에 찬성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스위스 국민이 유럽연합으로부터의 이민을 막기 위해 추진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27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와 주변 유럽연합 국가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유럽연합과의 협정을 파기하자는 내용이 담긴 헌법 개정안이 국민 61.7%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찬성(38.3%) 의견의 2배 가까운 압도적 표차였다. 스위스는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니지만 1999년 맺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양자협약’에 근거해 경제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자유롭게 주고 받아왔다. 하지만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현재의 이주 체계가 노동시장에 너무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이주 정책을 자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실상 스위스와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물론 노조와 고용자 단체 등은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5억명이 넘는 인구를 지닌 유럽연합 시장을 잃게 돼 수출과 경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반대해왔다.
이번 국민투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비견되며 ‘스위스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 불리며,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이 지속되길 기대한다”는 환영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또 이날 국민투표에선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를 연장하는 개정안도 60.3%로 통과됐다. 스위스에선 그동안 출산 시 여성에겐 14일의 유급 휴가가 주어졌지만, 남성에겐 단 하루만이 주어졌다. 개정안 통과로, 남성도 첫 아이 출산 이후 6개월 이내 2주간의 유급 휴가를 부여받게 됐다. 이 기간에 남성들은 통상 임금의 80%, 하루 최대 196스위스프랑(25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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