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독 시민들 ‘난민 더 받자’ 연대 시위

등록 2020-09-21 10:18수정 2020-09-22 02:45

“눈감고 등 돌려 외면할 수는 없다.”
그리스 난민캠프 화재로 어려움 처하자
정부의 1500여명 수용방침에 더해
베를린·뮌헨 등서 “추가 수용” 촉구
20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의 화재로 갈 곳을 잃은 1만여 난민들을 독일로 데려와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일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난민이 몰려든 2015년 난민 위기 때 국경을 열어 이듬해까지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의 화재로 갈 곳을 잃은 1만여 난민들을 독일로 데려와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일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난민이 몰려든 2015년 난민 위기 때 국경을 열어 이듬해까지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20일(현지시각) 그리스 최대 난민캠프 화재로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추가로 받아들이자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연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베를린의 주요 상징물 중 하나인 전승기념탑 인근 도로를 행진하며, 난민 담당 부처인 내무부의 호르스트 제호퍼 장관에게 난민 추가 수용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리스 최대 난민캠프인 레스보스섬 모리아 캠프에서 일어난 대형화재로 난민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자, 유럽연합 10개 국가가 이들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민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날 베를린 시위에는 5천명 가량이 참석했다는 게 현지 경찰의 추산이다. 시위는 베를린을 넘어 쾰른과 뮌헨, 라이프치히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웃 프랑스 파리에서도 40여명이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 “망명은 인권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부에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부모와 함께 유럽으로 탈출하려다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돼,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고모 티마 쿠르디가 시위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티마 쿠르디는 이날 시위에서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 내 가족을 구하지 못 한다면 남의 가족이라도 구하자고 결심했다”며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정치인들에게 난민 구제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편지를 보내자고 촉구했다. 그는 “눈감고 등을 돌려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가 어디서 왔든 사람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리스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지난 8~9일 대형화재가 일어나 1만2700여명의 난민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모리아 캠프는 화재 전 수용 정원을 5배 가까이 초과한 열악한 거주 환경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그리스 당국이 지난 13일 마련한 임시 수용시설로 9천명 가량이 이주했지만 공간 부족 등으로 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213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캠프 내 집단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20일(현지시각) 열린 시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모두를 위한 인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최근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캠프 화재로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독일 정부가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독일 뮌헨에서 20일(현지시각) 열린 시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모두를 위한 인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최근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캠프 화재로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독일 정부가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난민 추가 수용을 촉구하는 시위가 베를린에서 열렸지만, 사실 독일은 유럽 국가 가운데 난민 문제 해결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다. 이번 모리아 캠프 화재 이후 프랑스와 함께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 난민 100~150명을 받기로 하는 등 유럽연합 10개국이 난민 400명을 받아들이도록 논의를 주도한 데 이어, 지난 15일 치열한 대연정 논의를 거쳐 독자적으로 1553명을 추가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난민인권단체 ‘제브뤼케’의 소냐 보브릭은 <아에프페> 통신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정부가 약속한) 1500명 이상을 수용할 공간이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모리아 캠프 화재를 계기로 유럽연합이 역내 난민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회장이 지난 17일 이민자·난민에게 첫 도착 국가에 망명·난민 신청을 하도록 한 ‘더블린 조약’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아프리카·중동 지역과 가까운 탓에 이민자·난민 유입이 집중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특정 국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조약을 수정해, 책임을 나누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난민 기조가 뚜렷한 폴란드와 헝가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난민 추가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민자 마을 아이들 만난 한강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 1.

이민자 마을 아이들 만난 한강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

시리아 반군 “여성 히잡 강제착용 금지” 2.

시리아 반군 “여성 히잡 강제착용 금지”

이스라엘, 아사드 정권 붕괴하자 시리아 ‘침공’…유엔 “정전 협정 위반” 3.

이스라엘, 아사드 정권 붕괴하자 시리아 ‘침공’…유엔 “정전 협정 위반”

한강 “노벨문학상, 나의 좌표 알게 된 계기…계속 글 쓰겠다” 4.

한강 “노벨문학상, 나의 좌표 알게 된 계기…계속 글 쓰겠다”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5.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