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이 자택대피령 등을 내림에 따라, 방문객 수입에 의존하는 동물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운영 중단 알림이 내걸린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호글 동물원의 모습. 솔트레이크/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동물원 동물들까지 위기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택대피령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겨 동물원 재정난이 극심해져, 사료 공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독일의 한 동물원은 동물 중 일부를 도살해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사용하는 극약 처방까지 써야할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가 15일 보도했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최근 영업 중단 등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동물 안락사 등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세웠다.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의 입장료로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해왔다. 지난달 15일 전국적 봉쇄 조처에 따라 입장료 수입이 사라지자, 현재 기부금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비상계획에는 100여종에 달하는 동물 700마리에 대해 순서를 정해 안락사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어떤 동물이 첫번째 ‘희생양’이 될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키 3.6m 몸무게 700㎏에 육박하는 거대 북극곰 ‘비투스’가 최후의 한 마리로 정해졌다. 베레나 카스파리 동물원장은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사료 살 돈도 다 떨어지고 봉쇄 조처로 사료 공급을 받지 못 하는 상황이 되면, 일부 동물을 도살해 다른 동물에게 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굶어죽게 두는 것보단 안락사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동물원의 이런 비상계획은 당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레아 슈미츠 독일동물복지협회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런 끔찍한 시나리오를 구상할 게 아니라 자체 비상기금이나 정부의 지원, 다른 공공 지원금을 활용해 어떻게 해서든 동물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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