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 도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9일 치러졌다. 기독교계 소수 정당인 연방민주연합(EDU)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법’이 될 것이라며 법안에 대한 반대를 촉구하며 붙인 포스터에 ‘증오를 멈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스위스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스위스는 9일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할 경우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62%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개정 법안은 공개적으로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발언을 하거나 문자나 연설·이미지·행동 등을 통해 차별을 선동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스위스는 이미 인종·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국민투표는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을 확대 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스위스 의회는 앞서 2018년 차별금지법 대상을 성소수자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5만명의 청원을 받아 이를 국민투표에 붙였다. 스위스복음주의연맹 등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 우파인 스위스국민당(SVP) 등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게이 등에 대한 사소한 농담조차 처벌받게 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검열법’이 될 수도 있다며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마르크 요스트 스위스복음주의연맹 사무총장은 <비비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그래,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결혼만을 인정하고자 한다’는 말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뿐”이라며 “이런 의견을 제시하거나 (동성 결혼 등) 다른 방식의 결혼을 다르게 대한다고 해서 (처벌의) 위험에 처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선 현재 ‘동성 파트너십’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동성 결혼 합법화 논의도 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번 개정안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비롯해 의학의 도움을 통한 동성 커플의 자녀 출산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등은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이성애자의 5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 등을 인용하며, 이번 법안이 단지 공개적인 차별과 공격으로부터 성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법안 통과 운동을 하고 있는 제시카 추버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선에서만 보장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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