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무소멜리시에서 단돈 1유로로 살 수 있는 빈집 매물들을 보여주는 누리집(www.case1euro.it)에 올라온 매물 사진. 누리집 케이스원유로 갈무리
‘보증금은 절반, 집수리 기간은 더 길게 해드립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보나시는 최근 외지인들에게 빈집을 ‘단돈 1유로’(약 1296원)에 내주는 것에 더해 이런 ‘강점’을 내세웠다. 1유로에 빈집을 팔겠다고 나선 이탈리아의 다른 소도시들이 ‘3년 안에 집을 수리한다는 단서를 달아 보증금 5000유로를 받는다’는 조건을 내걸자, 보증금은 2500유로로 줄이고 집수리 기간도 4년으로 여유 있게 늘려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 것이다. 빈집 구매자가 정착까지 할 경우 세제 혜택 제공도 내걸었다.
극심한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 절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외지인을 유치하려는 이탈리아 지방 소도시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중부 산악지대 몰리세주의 경우, 아예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에게 1인당 2만5000유로를 주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3년 동안 장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이사를 오는 이에게는 매달 750유로를 제공한다. 시칠리아섬의 또다른 소도시 캄마라타는 자녀 동반 부부에게 선택 우선권을 주고, 이곳으로 이사 와 아이를 낳을 계획인 커플에겐 1000유로의 보너스를 준다고 발표했다.
‘거래 편의’를 유인책으로 내건 곳도 있다. 시칠리아섬의 삼부카시는 시정부가 집주인들로부터 빈집을 수용해 중개자 없이 편리하게 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시칠리아섬 무소멜리시는 이탈리아어에 익숙지 않은 외지인을 위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중개인을 갖춘 부동산중개기관을 새로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이탈리아 지방 소도시들이 사실상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다양한 혜택까지 얹어 주택 매각에 힘쓰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34명에 불과해 유럽연합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마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해 빈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초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올롤라이시가 오래된 집 200여채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최근 1~2년 사이 시칠리아섬의 레갈부토와 살레미시, 토스카나주의 몬티에리, 라치오주의 파트리카 등 이탈리아 전역의 소도시들이 1유로 가격에 빈집을 내주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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