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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터키판 분서갱유…“에르도안 정적의 이름은 모조리 지워라

등록 2019-08-07 16:04수정 2019-08-07 19:46

“2016년 군부 쿠데타 배후 귈렌과 연관”
터키 정부, 도서 30만권 수거 뒤 불태워
“귈렌 성·명 첫자 포함” 이유 수학책 금지
“비판적 목소리 잠재운다” 국제적 비판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쿠데타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르 귈렌과 연관이 있는 도서 30만권 이상을 학교와 도서관에서 수거해 불태워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6일(현지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앙카라/AP 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쿠데타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르 귈렌과 연관이 있는 도서 30만권 이상을 학교와 도서관에서 수거해 불태워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6일(현지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앙카라/AP 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학교와 도서관에서 30만권 이상의 도서를 수거해 불태워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르 귈렌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터키판 ‘분서갱유’라고 불릴 만한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 사회에선 비판적 목소리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야 셀추크 터키 교육부 장관이 학교·도서관 등에서 귈렌과 관련된 도서에 대한 단속을 벌여 30만1878권을 파기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현지 온라인 매체 <크로노스27>은 지난 1일 당국이 관련 도서를 수거해 불태워버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파기된 서적에는 종교·문학 서적은 물론 예언자 ‘무함마드의 삶’ 등을 기술한 출판물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성직자인 귈렌은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으나, 2012년 권력 투쟁 끝에 에르도안의 최대 정적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2016년 7월15일 일어났던 군부의 쿠데타 배후에 귈렌이 있다고 보고, 미국에 귈렌의 송환을 요구하는 한편, 귈렌의 추종자들에 대한 대대적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터키 외무부의 전·현직 공무원 249명을 공무원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무더기 구속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귈렌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된 책들이 반정부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2016년 한 수학책이 “F점에서 G점까지”란 문구가 들어간 문제를 실었다는 이유로 출판이 금지된 게 대표적 예다. 펫훌라르 귈렌의 성과 이름의 첫 글자인 ‘F’와 ‘G’가 포함됐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또 터키의 진보 성향 일간지 <비르귄>에 따르면, 같은 해 12월엔 ‘펜실베이니아’라는 ‘불쾌한’ 단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교과서 180만권을 파기하고 새로 찍는 일도 있었다. 미국 지명일 뿐인 펜실베이니아가 불쾌한 단어로 분류된 것은, 귈렌이 이 곳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적 지우기를 위한 터키의 분서갱유 사태를 놓고 자유언론 단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적 문인단체인 ‘펜 인터내셔널’은 “최근 3년 동안 터키 정부가 언론·출판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광범위한 단속을 시급히 중단할 것을 터키 당국에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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