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월30일 유러피언 게임스 폐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팽창욕의 다음 희생양은 형제국 벨라루스가 될 것인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이어 러시아의 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양국 조약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3연속 집권 금지 규정 때문에라도 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8년 2회 연속 집권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넘겼다가,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되고 2018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6년 임기가 끝나는 2024년에는 재출마할 수 없다.
그런데 1999년 벨라루스와 맺은 조약이 푸틴 대통령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련 붕괴로 러시아와 갈라선 벨라루스는 혈통·언어·종교·문화가 같거나 비슷한 러시아와 연방국가로 다시 합치기로 했는데,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 외에는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조약을 이행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닌 ‘러시아-벨라루스연방’ 대통령이 됨으로써 연임 금지를 피해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1994년부터 집권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연방 체제로의 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6월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2024년에 끝나는 임기 때문에 벨라루스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 추진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6월21일 벨라루스를 방문한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양국이 조약 이행 로드맵을 11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양국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벨라루스가 차관을 더 받으려면 연방 구성 협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최근 말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자국 사이에 있는 동맹국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게 조약 이행의 걸림돌이다. 그는 애초 친러 성향이 강했으나 반러 정서가 커지자 벨라루스 민족주의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벨라루스 정부는 최근 자국을 러시아의 한 주처럼 치부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대사를 추방하기도 했다. 벨라루스의 <벨타> 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6월30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스포츠대회인 유러피언 게임스 폐막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민감한 시기에 한 회담 내용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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