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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바티칸 추기경이 맨홀로 뛰어든 이유는?

등록 2019-05-13 16:02수정 2019-05-13 20:59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몸소 들어가 전기스위치 올려
엿새째 단전으로 고생 홈리스들에게 전기 재공급
추기경 “400명이 전기 없이 살아…절박한 행동”
이탈리아 내무장관 “추기경이 전기료 대신 내라”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지난해 6월 성베드로성당에서 열린 서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지난해 6월 성베드로성당에서 열린 서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산타클로스는 굴뚝으로, 추기경은 맨홀 속으로.

바티칸의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11일 저녁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의 한 건물 근처 맨홀 속으로 내려갔다. 이탈리아 정부 소유이지만 비워놓은 이 건물은 어린이 100여명을 비롯해 홈리스 450여명의 보금자리다.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가는 지체 높은 성직자가 컴컴한 맨홀로 들어간 것은 이들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해서였다. 추기경은 계량기에 해놓은 봉인을 풀고 스위치를 올렸다. 건물에 전기가 들어오고 따뜻한 물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홈리스들을 돌보는 수녀가 이달 6일부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하자 추기경이 몸으로 해결한 것이다.

건물에 전기가 나간 것은 요금 미납을 이유로 공급 업체가 전기를 끊었기 때문이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홈리스들을 위해 전력 업체의 ‘업무방해’를 한 셈이다. 그는 <안사> 통신에 “계량기를 돌리려고 직접 뛰어들었다. 절박한 행동이었다. 어린이들을 비롯한 400명이 전기 없이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바티칸 관계자는 “추기경은 법적 책임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확신에 따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2013년 교황청의 자선 활동 및 그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추기경으로 품계가 올랐다. 그는 발로 뛰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문에 따라 각지의 난민들을 직접 만나며 구호 방법을 모색해왔다. 고국인 폴란드의 한 언론은 그를 “교황의 로빈 후드”라고 표현했다.

봉인 해제 사실을 파악한 업체 직원들이 12일 출동했지만 거주자들의 반발과 추기경이 계량기에 남긴 메모를 보고 그냥 돌아갔다. 로마 시내 무허가 난민촌 철거를 주도해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밀린 전기료 30만유로(약 4억원)는 추기경이 대신 내라고 요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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