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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노트르담 첨탑 설계 국제 공모…장미창 뛰어넘는 걸작 나올까

등록 2019-04-18 17:34수정 2019-04-18 19:12

프랑스 총리, 공모 계획 발표
“우리 시대 능력·기술에 맞게”
화재 전 모습 그대로 복원보다
현대적 해석 쪽에 무게 실려

재건 기금 이틀 새 1조원 모여
“기부금은 오직 재건에만 사용”
화재로 무너져내리기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7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공모에 부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재로 무너져내리기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7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공모에 부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 정부가 화재로 소실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공모에 부치기로 했다. 첨탑 재건에 국경과 시대를 뛰어넘는 ‘인류 대역사’란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의 이름값을 높여줄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특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첨탑 재건을 위한 국제 공모전 실시 계획을 발표하며 “새 첨탑은 우리 시대의 능력과 기술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이것은 분명 커다란 도전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화재로 소실된 첨탑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는 현대적 해석에 나서겠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에서 “노트르담을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건축학계 등은 이번 국제 공모는 당대의 건축 기술의 혁신을 보여줄 기회라며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1418년 공모전을 통해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팔각형 돔’이란 걸작을 얻은 것처럼, 이번 공모를 통해 역사에 길이 남을 노트르담 대성당의 새로운 명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17일 인부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북쪽 파사드(앞면) 쪽을 정비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17일 인부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북쪽 파사드(앞면) 쪽을 정비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2개의 웅장한 종탑과 외부 장식으로 빛나는 서쪽 파사드(정면)나 3개의 장미창에 견줘 훨씬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이 첨탑은 중세시대 대성당 건설 당시의 원형 그대로도 아니다. 건축 당시에 세운 첨탑은 풍해로 18세기에 제거됐고, 이번 화재 직전까지 존재한 첨탑은 1859년 보수 당시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가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첨탑이 완공되자 파리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서 ‘별 볼 일 없다’는 투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첨탑은 1889년 에펠탑 완공 전까지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프랑스 사회에서 대성당 첨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짓는 것이 타당한가를 놓고 이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첨탑 설계의 핵심은 강철이나 강화유리 같은 현대적 자재를 사용할 것인가의 여부다. 원형 복원을 통해 정통성을 지킬 것인가, 좀 더 오래 보존 가능하게 할 것인가의 논쟁인 것이다.

대성당 복구와 재건을 위해 모인 기부 약정액은 1조원이 넘는다. 필리프 총리는 “기부금은 노트르담 재건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노트르담 재건 기금 조성과 관련한 특별법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 쪽은 이번 화재로 건물 일부가 매우 취약해졌을 것이라며 길게는 5~6년 정도 일반에 개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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