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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놓고 불협화음

등록 2018-11-29 17:28수정 2018-11-29 19:52

독 재무장관 “프랑스 자리를 EU의 몫으로”
브렉시트 땐 프랑스만 남아…EU 한목소리를
프 주미대사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
2015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평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5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평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대표성을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28일 프랑스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포기하고 유럽연합(EU)이 그 자리를 넘겨받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에서 유럽연합의 전반적 미래상에 대해 연설하면서다. 독일 부총리를 겸하는 숄츠 장관은 “우리는 머잖아 프랑스의 상임이사국 자리가 유럽연합의 것으로 대체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프랑스 정부의 확신이 필요하겠지만, 매우 대담하고 현명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는 강력한 지위를 잃게 되는 대가로 유엔안보리의 유럽연합 상임대사국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라르 아로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는 트위터에 "그건 유엔헌장과 상충되므로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유엔헌장(의 관련 조항)을 바꾸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엔헌장은 회원국 자격을 “유엔헌장의 의무를 수락하고 그럴 능력과 뜻이 있는 평화애호국”(제4조)으로, 안전보장이사회는 “15개 회원국으로 구성하며, 중국·프랑스·소련·영국·미국은 상임이사국”(제23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옛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개별 주권국이 아닌 국가 그룹에 회원국 지위를 주는 것은 전례나 근거가 없다.

숄츠 장관의 제안은 특히 21세기 들어 본격화한 유엔개혁론에 더해, 내년 3월로 바짝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그 배경이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유엔안보리상임이사 5개국 중 유럽연합 회원국은 프랑스 하나만 남게 된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의 양대축인 독일은 국제 현안의 실질적 의사 결정권을 가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에서 유럽연합의 대표성과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엔의 주요 안건들에 대한 의결은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한다. 흔히 ‘거부권’으로 표현되는 이런 규정은 모든 회원국에 1표씩의 투표권을 부여한 표결 규정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독일이 유엔안보리에서 유럽연합의 대표성 강화를 언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유엔에서 독일이 2019~20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 개별 국가들에 주어진 상임이사국의 자리는 ‘유럽화’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도 “독일은 이 지위를 유럽 방식으로 해석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를 유럽의 공동 의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것이 (유럽 통합이라는)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통합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접근법은 미묘한 엇박자를 보여왔다. 지난해 9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 개혁안으로 유로존 공동예산 운영안을 처음 냈을 때 독일은 썩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야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 역시 프랑스가 제안한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과세안에 대한 독일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유럽연합 강화를 위한 독일의 유엔 개혁론에 프랑스가 고개를 돌리는 모양새다. 숄츠 장관의 소속 정당인 독일 사민당의 한 의원은 2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유로존에 대해선 프랑스가 더 밀접한 유럽통합을 원하면서 유엔안보리 문제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기도 했다. 단, 기존 5개국의 지위는 변동이 없고 상임이사국 의석을 늘린다는 전제 아래서다. 그러나 이번 숄츠 독일 재무장관의 주장은 프랑스 몫을 유럽연합 몫으로 돌리자는 것이어서 이전 구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유엔안보리 확대 개편을 롯해 유엔 개혁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유엔분담금 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명분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과 53개 회원국이 참여한 아프리카연합(AU)도 여러 형평성을 내세워 같은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경계하는 등 나라마다 복잡하게 엇갈린 이해관계가 장애물이 돼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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