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 있는 피사의 사탑 전경. 출처 위키피디아
피사의 사탑은 오뚝이인가?
갈릴레이의 자유낙하 실험설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21세기 들어 매우 느린 속도로 약 4㎝가량 기운 정도가 줄었고 안정성도 예상보다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고 21일 <안사>(ANSA)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를 비롯한 문화유산 단체와 학계가 1993~2001년 사탑이 더 기울어지는 것을 막으려 집중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17년째 사탑의 안정성과 보존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온 지반공학 전문가 눈치안테 스리아 피사대 교수는 “사탑이 매년 평균 0.5㎜가량 기울어왔는데 안정화 작업 덕분에 기울기가 되레 감소했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사탑 관리 그룹을 이끄는 고고학자인 살바토레 세티스 교수는 <시엔엔>(CNN) 방송에 “기울기 감소가 영원히 지속되진 않겠지만 (이번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하다”며 “우리는 피사의 사탑이 앞으로도 최소 200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의 좋은 근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탑의 기울기를 줄이는 작업의 기본 원리는 지반의 평형 다지기다. 세티스 교수는 “기술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었지만 개념은 이해하기 쉽다”며 “탑이 남쪽으로 기울고 있으므로 탑 기단 북쪽 바닥의 흙과 모래를 긁어내 탑 자체의 무게로 그 빈 공간을 채우고 기울기를 회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피사의 사탑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사의 대성당에 딸린 종탑으로, 높이 58.5m, 무게는 1만4500t에 이르는 대리석 건축물이다. 12세기 말 착공과 건설 당시엔 수직이었으나 13세기 초에 기울어짐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800년 동안이나 수차례 보강 공사가 이뤄지면서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현재 기울기는 약 5.5도, 꼭대기 중심의 기울어진 길이는 거의 4미터에 이른다.
세계 건축사의 불가사의로 꼽히는 이 사탑을 구경하려고 매년 수십만명이 찾고 있는데, 1990년부터는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입장이 금지됐다. 이탈리아는 국제 전문가들로 보수팀을 꾸려 11년 동안 탑을 강철 케이블로 고정한 뒤 지반 강화 작업을 해 안정시킨 후 2001년 11월 일반에 재공개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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