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청문회 증언 등으로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랑곳하지 않고 뉴저지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11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바론과 함께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영국 국빈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최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면 영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영국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11일 전했다. 메이 총리는 당시 이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7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을 방문해 영국 국빈방문을 초청했다. 메이는 트럼프 당선 뒤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었다. 메이는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트럼프의 연내 영국 국빈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트럼프는 같은 자리에서 영국 방문을 약속했다. 트럼프의 구체적인 영국 방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영국 언론은 오는 10월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런던 테러 이후 사디크 칸 런던 시장에 부적절한 트위트를 했다가 비난을 받은 뒤, 영국 국빈방문을 하기 싫다는 뜻을 보좌관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대놓고 지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런던 테러에 대한 부적절한 트위트로 영국인들의 많은 반발을 샀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지난 3일 런던 테러가 발생한 뒤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는 테러리즘에 절대 겁먹지 않을 것이다.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하자, 트럼프는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 공격에서도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고 조롱하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그 다음날에도 트위터에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성명을 낼 때 빠르게 생각해야 했다. 그것은 한심한 변명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최근 중동과 유럽을 9일 동안 순방한 뒤 ‘힘들고 긴 장기 순방을 원치 않는다’고 보좌관들에게 말했으며, 외국 지도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원하고 자신이 직접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러시아 게이트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후폭풍으로 미국 국내에서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시위 등을 우려해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 가는 것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사적인 전화 통화에 대한 추측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겠다”며 “여왕의 트럼프 대통령 초청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트럼프의 (국빈방문 연기 또는 취소) 결정은 환영이다. 특히, 그가 런던 시장을 공격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한 뒤니까”라는 트위트를 올렸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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