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개선문 앞에서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지자와 함께 셀피를 찍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프랑스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올해 안에 태양광 에너지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파리/AP 연합뉴스
“우리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일 밤(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결정을 비난하며 쓴 이 문장으로 국제무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파리협정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촌철살인의 재치 때문이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트럼프가 보란 듯이 영어로 이런 연설을 하고 트위트를 올리자, 24시간도 안돼 전세계적으로 14만번이나 리트위트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그를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불러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특히, 마크롱이 연설에서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민, 전쟁, 빈곤으로 가득한 세상, 위험한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은 트럼프의 ‘반 이민’ 주장 등을 비꼬면서 트럼프의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마크롱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실망한 미국의 과학자, 연구자, 기업가들은 프랑스로 와서 기후변화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협력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2일엔 프랑스 외무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에 대한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팩트 체크’ 영상(https://tinyurl.com/y9vs8775)까지 제작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는 등 마크롱 행정부가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맞서 정공법의 진검승부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39살 마크롱은 최근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만난 트럼프의 손마디를 하얗게 변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악수를 하며 기싸움을 벌인 데 이어, 기후협정 수호자로서 트럼프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으로 프랑스를 넘어, 미국과 전세계에서 트럼프의 행태에 불만을 느끼는 이들 사이에 인기가 치솟고 있다. 마크롱은 ‘트럼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할 배짱과 확신을 가진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트럼프와 푸틴이라는 ‘비호감’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활개치고, 유럽연합은 브렉시트로 힘이 빠진 가운데, 마크롱은 전략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해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발언권을 높이고, 프랑스와 독일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전후질서를 부흥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크롱의 이런 전략은 이번 달 치러질 프랑스 총선을 염두에 둔 ‘총선용 카드’ 성격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크롱이 이끄는 ‘전진하는 공화국’은 현재 의석이 단 한석도 없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77석 가운데 395~425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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