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파이 영화의 대표작인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가 암투병을 하다 23일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89.

로저 무어는 1973년부터 1985년까지 ‘007 시리즈’의 7편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이기도 하다.

로저 무어의 세 자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 로저 무어 경이 오늘 스위스에서 암과 싸우던 중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한다. 깊은 슬픔을 감출 수 없다”고 알렸다. 그들은 “아버지는 90 평생을 카메라 앞에서 열정을 쏟아왔다“며 “마지막이었던 2016년 11월 런던 왕립 페스티벌 홀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열광했다. 아버지가 매우 특별하고,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맙다”고 추모했다.

또 “아버지는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뿐 아니라 유니세프 등 자선 활동을 통해 사랑을 실천했고, 존경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고인의 생전 소망에 따라 모나코에서 비공개로 치뤄질 예정이라고 유족은 밝혔다.

런던에서 경찰관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난 로저 무어는 육군에 들어가 2차 대전 중 영국군에 복무했다. 런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녔고 단역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1953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MGM과 계약을 맺었다. 텔레비전 시리즈 <매버릭>에서 도박꾼 사촌 보 역할과 1962년부터 1969년까지 영국에서 방송된 인기 탐정 드라마 <세인트>의 주인공 역으로 명성을 얻었다.

1973년 ‘007 시리즈’의 초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가 본드 역에서 은퇴하면서, <죽느냐 사느냐>부터 로저 무어가 본드 역할을 맡았다. 그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 <문레이커>(1979) <유어 아이즈 온리>(1981) <옥토퍼시>(1983) <뷰 투 어 킬>(1985) 등 ‘007’ 시리즈의 대표작들에 출연하면서, 전설적인 제임스 본드로 기억된다.

그는 007 시리즈의 <옥토퍼시>를 인도에서 촬영하면서 인도 빈민들의 어려움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이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세계 각지에서 봉사활동과 구호기금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이런 공로 등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와 훈장도 받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