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네덜란드 젖소까지 추방…터키-EU 갈등 격화

등록 2017-03-19 17:03수정 2017-03-19 20:53

개헌 국민투표 앞두고 유럽 각국과 좌충우돌
친정부 시위 막히고 독일선 반정부 시위 열려
터키 “나치 잔재·파시스트·위선자” 격렬 비난
독 “터키의 EU 가입 멀어져”…터키 ‘마이 웨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8일 터키 서부 카나칼레에서 터키 독립전쟁의 중요한 전투였던 카나칼레 전투 승전 10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카나칼레/AFP 연합뉴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8일 터키 서부 카나칼레에서 터키 독립전쟁의 중요한 전투였던 카나칼레 전투 승전 10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카나칼레/AFP 연합뉴스
네덜란드가 총선을 치른 지난 15일, 터키의 육류생산자협회가 네덜란드 원산인 홀스타인 젖소들을 본국으로 ‘추방’했다. 이 협회의 뷜렌트 툰츠 회장은 “홀스타인 품종이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네덜란드산 육류를 취급하지 않을 것이며, 이미 출하된 젖소 40마리를 되돌려보냈다”고 밝혔다고 <아나둘루> 통신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겉으론 ‘위생’ 문제였지만, 속내는 최근 유럽 주요국들과 터키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정치’ 문제의 불똥이 튄 것이었다.

앞서 11일 네덜란드 정부 터키 외교장관이 탑승하는 비행기의 자국 착륙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터키계 주민들이 벌이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시위에 터키 정부 각료가 참석하는 것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시위가 예정된 터키 영사관 거리도 봉쇄해버렸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각 “이런 대응은 나치의 잔재이고, 그들은 파시스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 “(터키의) 젖소 수입 금지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강화를 뼈대로 한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 전역의 터키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가 유럽 거주 자국민을 상대로 풀무질한 ‘에르도안 지지 시위’를 둘러싼 충돌은 이달 들어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도 잇따랐다. 주말인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선 독일 전역의 쿠르드계 터키인 3만여명이 모여 에르도안 정부를 비판하고 터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상당수는 터키와 서방이 테러 집단으로 지목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깃발을 들고 “에르도안이 테러리스트” 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터키는 “이런 시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독일을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터키는 독일에만 140만명을 포함해 유럽 각국에 참정권이 있는 이주자 집단이 산재해 있다.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전역의 쿠르드계 터키인 3만여명이 모여 터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전역의 쿠르드계 터키인 3만여명이 모여 터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터키는 수십년째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길 원하고 있으나 경제·인권 등 가입 기준 미달로 유보돼왔다. 특히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에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엔 양쪽 관계가 더욱 멀어진 상태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쿠데타 위협을 겪은 뒤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권력을 강화하면서 서방과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에르도안은 이에 맞서 유럽연합 가입을 사실상 포기하고 친 러시아 정책을 펴는 등 ‘마이 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18일 <슈피겔> 인터뷰에서 “터키는 어느 때보다도 유럽연합 가입에서 멀어져 있다”고 말했다. 독일 사민당도 이날 “터키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제안대로 사형제를 재도입할 경우 유럽연합 가입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터키는 서방의 군사동맹인 나토(NATO)의 핵심 회원국인데다 서방과 이슬람권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라는 점, 또 유럽과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유럽연합에게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큰 우방국이다. 유럽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