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9일 베를린 국제영화제 참석차 독일을 찾은 미국 배우 리처드 기어를 총리실로 초청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독일 정부 제공/EPA 연합뉴스
“나는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나라에서 왔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독일이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줄 것을 기대합니다.”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참석차 8일 독일을 찾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리처드 기어(67)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상을 하소연하며 독일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모델 국가로 언급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기어는 이날 “오랜 친구”이자 인권운동가인 독일 녹색당의 클라우디아 로트(여) 연방하원 부의장을 만나, 독일 국민과 정부가 지난해 수십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난민 정책에서 보여준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어는 이어 9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초청으로 총리실에서 그를 만났다. 총리실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와 기어가 약 45분간 난민 문제와 티베트 문제 등에 관해 담소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자세한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데페아> 통신은 전했다. 기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로도 불리는 달라이 라마와 친분이 두터우며, 티베트 독립을 위한 국제 캠페인을 주도해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기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기어는 큰 범죄를 저지른 자녀 문제를 다루는 부모의 태도와 심리를 다룬 오런 무버먼 감독의 영화 ‘더 디너’ 출연진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이 작품은 이번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에는 미국 영화배우로서 난민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조지 클루니와 모닝 커피를 함께 마시며 국제 난민 위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이전에도 배우 톰 행크스와 스티븐 시필버그 감독 등 미국 영화인들을 만난 바 있다. <데페아> 통신은 앙겔라 총리가 할리우드 스타들을 만남으로써 칙칙한 독일 정치 생활에 종종 매력적 활기를 불어넣으려 애쓰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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