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유럽-트럼프 충돌 “주EU 미국대사 거부…외교적 기피 인물”

등록 2017-02-03 17:34수정 2017-02-03 22:11

유럽의회, 집행위·이사회에 일제히 서한
“악의적 EU해체론 맬럭 임명 승인 말라”
‘유럽연합 적대시’ 트럼프 정부와 외교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 주재 대사로 내정한 기업경영 전문가 테드 맬럭.  WND Book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 주재 대사로 내정한 기업경영 전문가 테드 맬럭. WND Books
유럽의회 정치인과 외교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인물의 임명과 부임을 일제히 거부하고 나섰다.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미국의 맹방인 유럽연합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반감을 보여온 트럼프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의 갈등이 공식 외교라인에서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기업경영 전문가이자 영국 레딩대 교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맬럭(64)을 유럽연합 대사로 내정하고 면담했다. 그러자 유럽의회에선 우파 보수당에서 좌파 사민당을 망라한 주요 정당 대표들이 장클로드 융커(62)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이사회 상임의장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맬럭의 대사 임명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각국 유럽연합 대사 후보는 임명 전에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대외관계청(EEAS)뿐 아니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이사회(회원국 정상회의)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와 기 베르호프스타트 자유당 대표는 서한에서 “지난 몇주간 맬럭은 유럽연합을 모욕하는 공개발언을 계속하면서 유럽연합의 가치들에 대해 난폭한 적의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맬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강력히 지지하고, ‘유럽연합 무용론’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최근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과거에 내가 소비에트연합(소련)의 붕괴를 돕는 외교 직책을 맡았던 적이 있다. 아마 상당히 길들일 필요가 있는 또 하나의 연합이 있을 것 같다”며 유럽연합의 해체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는 또 “유럽연합은 초국가적이고 선출되지도 않았다”며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룩셈부르크의 한 도시 시장에 최적임자라고 본다. 귀국해 그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했으며, 1992년 체결된 마스트리흐트 조약(일명 유럽연합 조약)의 산파 구실을 한 인물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왼쪽)이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해까지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한 마르틴 슐츠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왼쪽)이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해까지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한 마르틴 슐츠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의회에서 두번째로 큰 교섭단체인 사회·민주당 연맹의 잔니 피텔라 대표도 “맬럭의 발언들은 충격적”이라며 “그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텔라 대표는 “맬럭은 자신이 유럽연합 해체를 선호하고 단일화폐(유로)의 종말을 바란다고 공언했다”며 “이런 태도를 묵인하면 앞으로 유럽과 미 행정부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유럽 전체에 포퓰리즘과 유럽 회의주의가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이사회 상임의장(왼쪽 둘째)이 3일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몰타 수도 발레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와 ‘반이민 행정명령’에서 비롯한 난민 위기 등을 논의했다. 발레타/AFP 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이사회 상임의장(왼쪽 둘째)이 3일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몰타 수도 발레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와 ‘반이민 행정명령’에서 비롯한 난민 위기 등을 논의했다. 발레타/AFP 연합뉴스
한편, 유럽연합 이사회 소속 외교관 52명도 이날 <가디언>에 실은 공개서한에서, 3일 몰타에서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앞둔 각국 지도자들에게 별도 회동을 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라고 요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