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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 의회서 터진 외침 “줏대를 보여라!”

등록 2017-01-31 16:38수정 2017-01-31 22:10

트럼프 ‘반이민’ 명령에 영국서도 반감 거세
‘국빈 방문 반대 청원’ 사흘새 160만명 서명
미-영 정상회담때 ‘귀띔받고 모르쇠’ 의혹

메이 “트럼프 초청 매우 기쁘다”…철회 안해
존스 외무 “트럼프 정부 괜히 악마화 말라”
저자세외교에 분노한 야당 “줏대는 어디 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이민 금지' 행정명령을 비판하고 그의 영국 국빈 방문을 반대하는 영국 시민들이 30일(현지시각)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에서 메이 총리(왼쪽)와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이민 금지' 행정명령을 비판하고 그의 영국 국빈 방문을 반대하는 영국 시민들이 30일(현지시각)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에서 메이 총리(왼쪽)와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정부는 ‘트럼프의 푸들’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행보에 대해 미국 안에서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에서도 우려와 반감이 거센 가운데, 영국의 테리사 메이 정부가 미국의 유럽 맹방국들 중에선 매우 드물게 트럼프 정부와 ‘코드’를 맞춘 친화적 제스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초청 방문’에 반대하는 청원운동의 서명자가 사흘만에 160만명에 이를만큼 트럼프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영국 정부의 청원 사이트에 개설된 ‘트럼프의 국빈방문 저지’ 청원에는 31일 오후 2시30분께(한국시각) 서명자가 160만명을 넘어섰다. 개설자는 “트럼프는 미국 정부의 수반 자격으로 영국 입국을 허용받아야 하며, 여왕 폐하에 누가 되는만큼 공식 국빈으로 초청되어서는 안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개설자는 구체적으로 “트럼프의 여성 혐오와 저속함은 여왕 폐하 또는 웨일스공(왕위 계승자)의 접견을 받기에 부적격하다는 게 충분히 입증됐으므로,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 중 영국의 공식 국빈 방문을 초청받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선 시민 청원자가 10만명을 넘은 안건은 반드시 의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정부가 공식 답변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모든 관련 조처들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그의 국빈 초청도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은 영국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시민청원을 비롯한 비판적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초청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메이 총리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영국의 가까운 동맹국이며 상호 이익이 걸린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나는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왕의 국빈) 초청장을 전했으며 그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메이는 그러나 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은 거부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앞서 27일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가 중동 지역 이슬람 7개국 시민들의 미국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로 그 날이다. 이와 관련, 영국 정치권에선 메이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의 행정명령에 대해 미리 귀띔을 받았으나 그런 사실을 감추고 아무런 제스춰도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30일 의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령과 영국 국빈 방문 등 현안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를 악마화하지 말라”고 두둔했다가 “줏대를 보여라”는 거친 핀잔을 들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30일 의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령과 영국 국빈 방문 등 현안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를 악마화하지 말라”고 두둔했다가 “줏대를 보여라”는 거친 핀잔을 들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30일 의회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령을 이유로 트럼프 정부를 쓸데 없이 악마화하는 건 잘못됐다”며 “그런 태도는 영국 여권 소지자들의 권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 도입에 대해 미리 언급했는지, 그리고 메이 총리가 그에 대해 비판을 했는지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비밀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하거나 거부했다.

존스 장관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슬림 입국 금지령에 대해 “이건 우리 정책이 아니며, 영국 정부가 검토할 조처도 아니다”며 “나는 이미 국적을 근거로 분열적이며 잘못된 방식으로 차별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노동당 의원석에선 “줏대 좀 보여라, 당신의 줏대는 어디 간 거냐?”는 외침이 터져나왔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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